조난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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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oid Land 250 소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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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던 즉석 사진기가 후지 인스탁스 시리즈였던 저에게 즉석 카메라는 조악한 이미지를
양산하는  필름값 비싸기만 한 카메라 라는 생각에 폴라로이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던 계기가 후지의 디지털 프린터인 MP-300을 통해서였는데
스스로 받은 감동은 전혀 아니었고 그냥 재미삼아 구입한 뒤 시간나면 몇장식 즉석에서 출력해 지인들에게 나눠 준 뒤 그들의 반응이 지나치게 좋았습니다.

이건 뭐....예전 공들여 사진찍고 생각해서 피부톤 보정해 주고 사진관에 출력해서 찾아 주던
혹은 혹은 슬라이드 생필름을 잘라 열쇠고리로 만들어 주던 때의 반응 보다 더 좋아서 내심...
* 슬라이드 생필름을 잘라 만들던 열쇠고리...ㅜ_ㅜ

내가 지금까지 무슨짓을 했나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사진이라는게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폴라로이드를 조금 다른 눈으로 보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어느날 펜탁스 클럽 부산 경남방 오프모임에서 이상한 사진기를 보게 됩니다. Polaroid Land 360...기본 판형이 대단히 큰데다 기존의 인스탁스 사진기와 다른 품질의 사진을 뽑아주는 사진기를 보고 지름신이 강림해 그날로 이배희를 뒤져LAND250 셋트(포트레이트 및 스트로보 기타 악셀 킷)을 6만원에 구입한뒤 특급 배송료(날아서 오신다는 그 택배) 8만원을 지불하고 한국으로 입양하게 됩니다.

발매 30년이 넘은 폴라로이드 랜드 시리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중고가가 현실적
이고 고급형으로 나온 모델 중 후지 필름의 걸림 현상이 없는 기종이 LAND250이었습니다.

랜드 오토매틱 시리즈의 고급형과 저가형의 가장 두드러 지는 특징은 고급형은 금속 소재가 많이 사용되었고 자이스 이콘사의 이중 합치식 일체형 뷰파인더가 채용되었고 보급형은 플라스틱 소재에 뷰파인더 역시 촛점을 따로 맞추고 화각을 따로 들여다 봐야 하는 좀 불편한 파인더가 채용되었다는 특징외 별다른 점은 없습니다.

고급형은 LAND 100, 250, 350, 360, 450 등의 모델이 있고...
보급형은 완전 수동식 전문가용과 고급형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들입니다.

LAND250의 스펙은 정리하고 넘어가면 F8.8 3군 3매의 유리알 싱글 코팅 렌즈를 달고 있고 셔터 스피드는 10S에서 1/1200초 배터리는 단종된 에버레디 시리즈로 4.5V의 전력입니다.

현재 시중에서 손쉽게 구하실 수 있는 필름은 아래와 같고 현재 환율덕에 가격은 폴라로이드 690시리즈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 입니다.

ISO3200 흑백
Polaroid 667 : 다소 거친 입자감, 지독한 냄새, 베이스가 얇아 360등에 걸림현상이 없음
FUJI FP-3000B : 고운 입자감, 양호한 냄새, 베이스가 두꺼운편

ISO100 컬러
FUJI FP-100C 유광/실크 : 양호한 관용도, 다소 긴 현상시간
*F8.8이라는 최대 조리개 값으로 인해 사실상 주광 전용 필름입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상태가 대단히 양호히 90%에 준하는 LAND250을 손에 쥐고...
사진을 찍어 보니...사진이 안나옵니다. 사람 형체가 나오긴 나오는데 시커멓게 나옵니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두가지 경우의 고장이 의심됩니다.

1. 배터리 전압이나 전류량이 약하다.
2. 노출계가 오래되어 언더 성향으로 치우쳤다.

테스터기로 찍어 본 결과 LR44 3개로 개조한 배터리의 전압은 4.2V정도로 양호했고 혹시나
관련 정보가 많은 보이그란더 클럽 게시판을 뒤져 본 결과 배터리를 하나 더 추가한 오버 전압 개조로도 노출 언더성향 개선은 없었다는 글을 보고

전혀 쓰지 않는 선글라스라도 맞춰가며 안경점에 ND필터를 LAND250 사이즈에 맞게 가공해
달라 부탁해 봐야겠다 생각하며  250 언더 노출에 대한 구글링을 하던 중 다행히 재치 번뜩이는 글을 발견하게 됩니다.

Mark Hahn , Oct 13, 2007; 07:45 p.m.
a lot of these cameras get way too sensitive and severly underexpose.
my fix was to cut out a disk of dark negative and jam it into the meter ring
Took a few tries, but I now don't have to adjust the exposure at all.

글을 보고 아래의 사진과 같이 노출계 네거 필름  ND필터 개조를 한 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야밤에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 보며 찍어보니..카메라에 달린 노출 보정 다이얼 조작만으로 정상 노출의 사진이 나옵니다.


이왕 개조해 주는 김에 달랑달랑한 LR44대신 전압 전류 걱정 없이 2년쯤 잊어 먹고 살려는 욕심에 배터리실 개조도 감행했습니다.
모 오픈 마켓에서 판매하는 AAA건전지 3개를 직렬로 연결하 주는 배터리 박스를 구입해서
LAND250 배터리실의 단종된 배터리 소켓을 제거하고 그 연결선에 납땜질해 넣었습니다.
왜 그렇게 만든지 이해 할 수는 없지만 배터리실 공간이 넉넉해 무리없이 잘 들어갑니다.

필름값이 원체 비싸 실패 할때마다 마음이 아파(2~3장 실패하면 그것은 점심값)사용하던 
외장형 노출계와 팜으로 노출표도 만들었습니다.(이제 필요 없을 정도로 숙달 되었습니다.)



비싸고 정작 주인 손에 남는 결과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몇번의 결혼식 몇번의 모임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던 카메라 같습니다.

싱글 코팅의 렌즈답게 컬러 보다 흑백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며
컬러에서는 다소 독특한 색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좀 옆길로 새서 펜탁스의 렌즈 설계자였던 Hirakawa씨의 블로그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방문자가 SMC(다층막) 코팅을 할 경우 해상력이 저하되는게 아니냐는 그럴듯한 주장을 한 질문이 있었는데...Hirakawa씨가 대답하기에는 싱글 코팅 렌즈의 경우 빛이 투과되는 파장이 좁기 때문에  렌즈의 해상력과는 상관없이 일견 사람이 체감하기에 해상력이 좋은 것 처럼 느껴지고...마치 흑백사진에 샤프 필터를 쓴 것 처럼 해상력이 좋아 보인답니다.

멀티코팅렌즈의 경우에는 투과되는 파장이 넓기 때문에(세계최초의  다층막 코팅인 SMC는 원래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손실을 최대한 없애는 게  주 목적이었습니다.) 노멀한 효과를 나타내기에 렌즈의 해상력과는 상관없이 플릿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 같습니다.

특정 올드 렌즈들이 동일 설계에 코팅이 개선되거나 비슷한 설계의 현행 버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 사진에 환영받는 이유가 있었군요. 비슷한 예로 오래된 렌즈일 수록 현대의 뉴트럴한 렌즈와는 달리 좀 튀는 발색을 보여주는 이유도 같은데서 기인하지 않나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코시나사에서 현행으로 싱글 코팅 렌즈를 발매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원래는 15팩쯤 써 본뒤 제대로 된 사용기를 써 보고 싶었는데...
주인손에 남는게 원체 없어...흔적을 남긴 사진을 끝으로 소개기를 끝 맺을까 합니다.






















사진을 찍기 싫어 했던 사람도 자신의 앞에 서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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