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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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친일 문학론이라는 책을 소개 받은건, 고등학교 은사님을 통해서였다.
커다란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친일문학론 서문에 있던 자화상 이라는 글을 옮겨본다.

"배급쌀이라고 쌀 반 콩깨묵 반이 나오더니 나중에 쌀알만큼 부스러뜨린 국수 종류 나오고,
그러자 미구(미국)에 해방이 됐다고 세상이 벌컥 뒤집혔다. 나는 해방이 뭔가?
하면서 그래도 덩달아 좋아하였다.
이때 내 나이 17세. 하루는 친구놈한테서 김구선생이 오신다는 말을 들었다.
얘! 너 그, 김구 선생이라는 이가 중국 사람이래!
그래? 중국사람이 뭘하러 조선엘 오지?
이런 짜아식! 임마 것두 몰라! 정치하러 온대.
정치? 그럼 우린 중국한테 멕히니?

지금 나는 요즘의 17세에 비해서 그 무렵의 내 정신연령이 몇살쯤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식민지교육 밑에서, 나는 그것이 당연한 줄만 알았을 뿐 한번 회의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한국어를 제외한 모든 관념, 이것을 나는 해방 후에 얻었고 민족이라는 관념도 해방 후에
싹튼 생각이었다.

이제 친일문학론을 쓰면서 나는 나를 그토록 천치로 만들어준
그 무렵의 일체를 증오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고교 은사로 부터 소개를 받고 나서 부산의 크다는 서점을 다 뒤졌지만....
친일 문학론이라는 책은 대단히 구하기 어려웠다...남포동 한 대형 서점의 창고에 전화를
해서야 한권을 구해...
세로쓰기에 온통 한자 투성이의 책을 힘겹게?(힘겹다고 하기에는 앎의 즐거움...)
읽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초판을 인쇄할 출판사를 구할 수가 없었고, 간신히 찍어낸 초판 1,500권을 소화하는데
 13년이 걸렸고(이중 1,000권은 일본 학계에서 구입) 세상이 10.26사건으로 뒤집혀서야
 재판을 찍었다...현재 9쇄를 찍은 이책의 판매 수량은 약 1만 5천권, 세상을 움직이는건
 베스트 셀러가 아니다.

대학시절에 들어서야 인지한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국어학계는 친일의 잔재로 부터 온전하지 못하다.
이른바 명문대 교수라 일컬어지고 국어학계의 중심에 섰던 학자들이 적극적인 친일을
해 왔던 어용학자들이었고...그들은 별다른 심판 없이 그대로 학계에 잔존해 자신들의
제자에게 자리를 물려 주었다.
자신의 뿌리(스승)를 부정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제자들은 없고, 웃기는 평론이나 써대는
문덕수 시인 같은 제자들만 세상에 넘쳐날 뿐이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도 스승의 테두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분은 몇 안계셨다.

그래서 국문과 내에서도 친일문학론은 아는 학생이나 읽어 보는...
쉽게 말해 학점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책일 뿐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과 잦은 이사를 거치는 동안 부산 서점을 다 뒤져 구입했던 책은 사라지고,
어느날 위에 링크된 웃기는 평론 기사를 보고, 다시 보고 싶어 민족문제 연구소를  통해
재구입했다.
*가로쓰기라 읽기가 한결 편합니다.

위에 삽입된 만화는 친일문학론을 구입하며 같이 묻어온 것인데...
진해에서 막걸리에 취해 있던 할아버지로 부터 전해 들었던 얘기와도 비슷해 섬찟해진다.

"나는 진해 해군기지(일제시대)에서 운전수로 일하고 있었는데, 해방이 되고 일본해군들이
철수를 준비하면서 들고 갈 수 없는 것들은 처분하고 있었는데....
일본해군 장교가 트럭을 한대 공짜로 나에게 줬었지...그러면서 일본군 해군 장교가 정색을 하고 말하는 거야...

배를 새로 만드는데는 3년 승조원들을 훈련시키고,
비행기 조종사를 키우고 함대를 정비하면 20년이면 충분하다.
가져갈건 가져가고, 버릴건 버리지만 기지는 부수지 않는다.
제국해군은 다음에 반드시 미국을 넘는다.

ㅇㅇㅇ상 그때는 내가 야마토보다 큰 기함을 타고 돌아오겠다."

어쩌다 해군에 5년을 있어, 지금도 고리타분한 장교? 냄새가 난다고들 하는 나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대단히 보수적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보수라는 것들은 친일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골통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진주만 공습때의 일본 연합함대(IJN) 전력은 6대의 항공모함(항공기 432대)과, 2대의 전함,
순양함 3척, 구축함 11척, 잠수함 27척이었다.
지금봐도 살떨리는 저 전력이 일본 연함함대 전체 세력의 절반정도였다.

IJN(Imperial Japanese Navy)은 현재 해상자위대라는 그럴 듯한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전력은 이미 과거의 수준을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바다가 막히면 2~3개월 안에 굶어 죽는 우리나라에서 고속정으로 해상자위대를 상대하라는
얼빠진 보수 국회의원까지 있는 판국이다.
(이런 것들이니 참수리 375호정 1주년 추모식에도 한놈도 안올 뿐더러..흔한 화환도 없었지)

글쎄...그런 자위대의 창립행사에 참가를 자처하고, 친일청산 관련 법안을 부결시키거나
절름발이로 만들고...
친일 인명사전 연구 비용을 전액 삭감하는 정당 지지율이 60%를 넘는 웃기는 세상이다.

글을 시작할때는 친일문학론이나 소개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삼천포로 빠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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