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의 위치?

       
    얼마 전 시골 초등학교를 지나다...
    요즘 도시 초등학생들은 안쓸법한 정겨운 말을 들었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상섭이는 소희하고 키스 했데요~ 키스 했데요~"
    *우연찮게도 아는 지인들과 이름이 같아 놀림이 되던 애들의 이름까지 기억한다.

    옛날 기억도 나고 해서, 혼자 바보처럼 웃으며 그 광경을 좀 더 지켜 보기로 했는데...

    놀라운건 놀림감이 되던 어린이들의 반응...
    이쯤되는 놀림을 받으면...
    남자 아이는 그 중 한명을 잡아 싸움을 걸거나...스캔들을 극구 부인하고,
    여자 아이는 주저 앉아 울어 버리는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내 시절의 추억이었는데...

    소희라는 이쁘장한 꼬마 아가씨의 대응이 머리를 때렸다.

    "느그가 무슨 상관인데!" 라며 살짝 눈을 흘기고는
    주먹을 쥐고 서 있는 상섭이의 팔짱을 끼고, 머리까지 기대는 여유를 보여 주더라.
    *상섭군...부럽..;;

    나보다 용기있음에 감탄을 하고...
    집에 돌아 와서...

    과연 초등학생들이 "얼레리 꼴레리"를 어떤 의미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해 봤다.

    아직 우리 문화는 性에 대한 금기가 심한지...
    참 재미 없는 해석만이 검색되어 나온다...

    "얼레리 꼴레리"는 "알나리 깔나리"라는 말인데,
    "알나리"는 아이나리(어린 나이에 벼슬을 한 나으리),
    "깔나리"는 별 의미 없이 재미를 위해 붙인 말이라는 해석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도 저렇게 재미 없는 놀림말이,
    당대의 스타라 할 수 있는 절세미녀 선화 공주의 신분을 뛰어넘는 애정행각 스캔들을
    다룬  "서동요" 만큼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게 말이....;;

    지금부터는 다소 민망한 말이기는 하지만...그래도 알건 바로 알아야 하는 거다.

    "얼레리"라는 말의 의미는 "어르다"
    지금 국어 사전을 찾아 보면 몸을 움직여 주거나 또는 보여 주거나 들려주어서,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다" 정도 인데...

    옛말을 찾아 보면...
    배필로 삼다.
    활용을 찾아 보면 "겨집어르다", "남진어르다"로 각각 장가들다와 시집가다의 옛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장가들고, 시집가는게 얼마나 좋고 즐거운(?)일인데...
    아이들(옛말: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안기쁠리가 있겠는가?
    여기서 현대 국어 사전의 "몸을 움직여 주거나 또는 보여 주거나 들려주어서,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다"라는 의미가 어디서 나왔는지 유추되어 나온다.

    * 지금도 지방의 시골에 가면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개를 번식시킬때
      "개 얼르러 간다"라는 말을 많이 쓰고 계시다. 고로 완전히 죽어 버린 말은 아닌셈이다.

    아무 뜻도 없다고 네이버 무식인이 말하고 있는 "꼴레리"는 어떤 말일까?
    남자들이라면 흔히들 들어 봄직도 하고 말해 봄직도 한 "꼴리다"의 의미이다.

    사전을 찾아 보면...유추할 것도 없이 직설적으로 나온다.

    1. 음경(陰莖)이 흥분하여 일어나다.
    2. 어떤 일이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불끈 화가 나다.
    * 2번의 의미도 1번과 유추하면 해석이 된다.
      (1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ㅡㅡ;)

    "얼레리 꼴레리"가 원형의 큰 손상 없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는...
    이 정도의 재미있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서동요와 비슷한 역사를 자랑할 것으로 유추되는...
    "얼레리 꼴레리"의 의미가 겨우 "알나리 깔나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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