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의 위치?

강원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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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on F6,24-85D,Velvia50,V700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선입견은 누구에게나 있는 편이겠지만...
   내게 있어 강원도는 끝없는 산과 들이 펼쳐지고
   먼지나는 좁다란 비포장 도로를 따라  트럭이나 몇대 다니는...
   딱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그려지는 꽃으로 가득찬 산골 이상은 아니었다.

   어쨌건 제멋대로 그려진 강원도를 처음 보게 된건...
   더 나빠질 것도 없던 암울했던 소위 생활의 종반을 보내고 있던 2함대 22전대(평택)에서
   1함대 15전대(동해)로 인사명령이 나고서이다.

   재박훈련을 간다며, 선임장교 모두가 나가버린 배위에서, 자가용이 없던 시절...
   교통편을 마련할 길이 없어...사복 같은건 다 버리고, 군복만 챙겨들고 서울을 거쳐
   *해군장교의 군복은 많다.(동정복, 동근무복, 하정복, 하약복, 하근무복 , 전투복, 기타..)
   강원도 동해시에 내려 받는 첫인상은...아무것도 없지도...있지도 않다...
   아무것도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동해는...그래도 강원도에서는 한손에 꼽히는 도시다.

   어쨌건...정상적인 해군 항해과 장교 2년차면 다 거쳐야 하는 고속정 생활은 시작되었다.
   내가 받은 편대 작전관이라는 보직은 일반 함정의 통신관업무와 편대장의 비서업무...
   편대 행정관 업무를 섞어 놓은 것과 비슷했다.
   모든 군대가 그렇겠지만...예전이 우선시되는 특성상 비서업무가 가장 중요했다.

   처음 모신 편대장님은 대단히 까다롭고 깐깐해 깨지는게 일상 다반사였다.
   편대장님은 우리때와 달리 경쟁율이 대단했던 군사정권시절 사관학교에 입학해...
   3등으로 졸업하고, 젊은 시절 일본 해상자위대 참모과정 유학까지 갔다온 재원이었다.  
   특정분야에서 배울게 많아 좋기는 했지만...업무량과 난이도가 보통은 아니었다.
   하긴 오죽했으면 전임 작전관은 22살이라는 나이에 원형 탈모증이 걸렸겠나...
   *선천적인 탈모겠거니 생각했지만....선배는 전출 후 원형 탈모증이 없어졌다.  
   원래 항해과 장교 인생이 그렇지만..야근과 잡무에 시달리는 동기 장교들 중에서도...
   특별하게 가중된 업무에 시달렸던 나는...처음에는 편대원의 측은지심을 많이도 샀었다.  
   하지만..인생사 세옹지마라고, 4개월뒤 편대장님 교대 후 동기들 중 가장 편한 장교가 된다.

   어쨌건 편대장님이 바뀌고 나서 난 강원도의 좋은 자연을 감상해 볼 여유가 생겼다.
   은파를 만들며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던 고속정
   저녁이면 찾아오는 동해만의 독특한 낙조
   서해와 달리 외롭지 않은 밤바다(오징어배의 불빛으로 바다위에 은하수가 흐른다.)
   가끔 심심할때 톡톡 뛰어주던 돌고래떼
   동해바다는 늘 추억으로 나를 깨어있게한다.

   그런데..정작 하고 싶은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다.(난 왜 이런지 모르겠다...ㅜ.ㅜ)

   얼마전 평창이 동계올림픽 후보지에서 탈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개발에서 소외된 강원도 사람들의 아픔을...
   고랭지 텃밭 개발과 댐 개발반대가 강원지방 홍수의 원인이라는 조중동 신문을 읽고사는...
   타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할지 모르겠다.
   
   웃기는 고랭지 텃밭 면적이 얼마나 된다고?
   밭도 못일궈 먹으면 공장하나 없는 강원도는 뭐 먹고 살라고?
   댐까지 개발해 관광 자원이 줄어들면 정말 강원도는 뭐 먹고 살라고?
   재해예방? 좋다..솔직히 말해보자 댐개발은 홍수 조절 능력을 고려해서하나?
   천만에 수도권으로 보낼 상수원을 고려해서 한다.

   수도권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사회 간접자본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국민의 절반이 모여살고, 세금을 많이 내서 그렇단다.
   지금의 수도권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
   성장의 열매는 수도권에만 따 왔을음 이해는 할까?
   서울에 비해 없이산다 불평하는 부산, 대구 시민의 투덜거림이 사치로 느껴진다는걸 알까?
   천혜의 청정지역?
   하루 이틀 놀러와서 로멘스지...직접 살아봐라.

   안타깝다.
   약 10년이라는 시간을 동계올림픽 유치에 목을 메 왔던 것 같은데...

   박통시절 강제 동원된 사람처럼 동계올림픽 유치 IOC 실사단을 맞이하던 강원도민들의
   모습을 여러분은 이상하게 보아 넘기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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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거진항

일상

별 대단한 비밀도 아니지만...

대한민국 군대라는 곳에는...

외부의 문제는(적) 신경 쓰지 않고(능력도 안되고)내부의 치부만을 바라보며...
복잡한 규정들을 적용시켜 자신들의 영달만 바라고 권리만 주장하며,

정작 자기 자신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마저 지키지 않는 조직이 몇 있는데...

그 얘기는 기회가 있을때 하기로 하고...

'02~'03년 1함대 동해 고속정을 탔던 시간들이...
군에 있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사회, 집단이고 마찬가지겠지만...
일로 받는 스트레스야 일에 적응을 하면 괜찮아 지는 것이고,
차츰 배워가면 되는 일이라지만...

고얀 사람 잘못만나면...적응할 도리가 없다.
아마 사람 잘못 만나 겪는 고역만큼 힘든일은...세상에 별로  없으리라 생각된다.

어찌 되었건...

힘든 전장환경에...별 이상한 사람들의 집합체였던 곳에서 근무하던 소위 시절을 지나
동쪽 바다는 내 두번째 부임지였는데...

단순히 하는일을 생각하면 소위 시절보다 많았지만 그때 부터 인복이 풀리기 시작함이었던지
좋은 편대장님 정장님, 같은 항해 및 기관과 동기,후배들 무던하고 능력있는 대원들만나...
즐거울 수 있었다.

거진항은 내가 타던 고속정 편대가 모항을 떠나 전개하는 가장 북방 기지였는데...
겨울이면 명태가 많이 잡혀  명태의 살살녹는 속살이..시원하게 풀어진
시원한 생태찌게가 일품이었다.

어디 다른곳에서 명태찌게가 유명하다고 해서 아무리 다녀봐도...
그 시원한 맛 절반도 못따르는 것 같다..

날씨가 풀려 따뜻해지면...붉은 털게가 많이도 잡혔었고...

언제나 여유가 되면 가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묻어둔 곳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너무 그리운 것인지..

은파를 타고 거진항으로 달리고 싶다.

Olympus C-4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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